- 11월 4일, 오늘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.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거리였다.
- 이틀 전에 15km를 완주했고 어제 하루 쉬었기 때문에, 21.1km쯤은 6km만 더 참고 달리면 될 줄 알았는데, 사실 15km와 21.1km는 천지 차이였다.
- 아무튼,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혼자 감격에 젖어 있던 중, 스마트워치에서 축하 메시지와 함께 신규 배지 3종이 쏟아졌다.
- 스마트워치가 나에게 주는 일종의 훈장 같은 건데,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건 스마트워치밖에 없구나 싶었다. "아,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차네..."
- 음... ‘하프 마라톤’과 ‘25,000 스텝 달성’은 이해가 되는데, ‘강도 200’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. 하루에 200분 중고강도 운동을 달성했다는 건가? 난 오늘 112분 달렸을 뿐인데.
- 그런데, 위 통계를 보니 알 것 같다. 주황색 박스로 표시된 중고강도 운동 시간을 보면, 고강도 운동 시간의 경우 2배로 인정된다는 사실이다.
- 따라서,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어도 천천히 쉬엄쉬엄 달렸다면 '강도 200' 배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.
- 위 거리별 페이스를 보면, 초반 1.5km 정도는 약간 천천히 뛰며 정강이뼈 통증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고, 이후에는 마지막까지 5:00 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지만,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.
- 11km를 지나면서부터는 스마트워치로 페이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속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, 14km 지점부터는 페이스가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다.
- 평소 딱 10km만 달렸던 것이 위 그래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. 정말 평소 훈련량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.
- 17km 정도를 지날 때는 "지난번 15km보다는 더 달렸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둘까..."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수없이 들려왔다.
- 하지만, 나는 오늘 하프 마라톤을 결심하고 나왔다는 것이고, "평행우주 어딘가에는 중도 포기한 내가 있을 수 있겠지만, 내가 사는 이 우주에선 아직 아니다."라며 머리속으로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.
- 이후 약 2.5km를 남겨두고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스퍼트를 해보려 했지만 약발이 1km 정도밖에 가지 않았다. (10km 달리기에서는 통했지만, 하프 마라톤에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. 헉~ 헉~)
- 20km에 근접했을 때는 "20km만 채워도 나름 승리한 싸움이 아닐까?"라는 타협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, 이제 정말 1.1km가 남았을 뿐인데도, '내가 여기서 멈춰도 되는 이유'를 계속 찾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.
- 위 거리별 심박수를 보면 14km 지점까지는 심박수가 170bpm을 유지했지만, 이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.
- 이 그래프만 보면 심폐 지구력이 부족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, 사실은 반대다.
- 오히려 근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이 무거워져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고, 그 덕에 심장이 쉴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다.
- 사실 170bpm은 내 최대 심박수(184bpm)의 92.3%에 해당하는 강도로, 사실상 전력질주에 해당한다.
- 하지만, 170bpm이라는 오버페이스로 약 10km를 달릴 수 있었던 걸 보면,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정신 무장만 잘 한다면 이 심박수로 계속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.
- 이는 40km 행군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. 군대에서 20kg 군장을 지고 완전 무장으로 행군하는 동안 수없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, 낙오자가 되기 싫어 끝까지 행군하는 것처럼, 정신 무장만 잘 되어 있으면 170bpm으로 계속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. (물론, 이는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고,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.)
- 하지만, 앞서 말했듯이 14km지점을 지나면서부터 근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, 막판에는 집중력도 크게 떨어졌다. 체력이 남아 있을 때는 '달리기 체크리스트'를 계속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으려 했지만, 체력이 방전되니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.
- 하프 마라톤을 마치고 가장 크게 느낀 통증은 정강이뼈도, 골반도, 허리도 아닌 어깨였다.
- 특히 오른쪽 어깨가 거의 마비된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.
- 달리는 동안 팔을 한 번도 안 내리고 계속 팔치기를 해서 그런 것 같지만, 왼쪽 어깨가 훨씬 덜 아픈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.
- 곰곰이 생각해보니, 달리는 동안 페이스 확인을 위해 반복적으로 시계 보는 동작을 취했던 것이 왼쪽 어깨에 휴식을 준 듯하다.
- 다음 번에는 오른쪽 어깨도 계속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기보다는 가끔 시계를 보는 동작을 해줘야 할 것 같다. ㅎㅎㅎ
- 그나저나, 15km를 달릴 때는 어깨 통증이 전혀 없었는데, 21.1km를 달렸다고 이렇게까지 아픈 게 말이 돼?
- 어제까지만 해도 스마트워치가 내 하프 마라톤 예상 기록을 1시간 53분 24초로 잡았었는데, 오늘 실제로 뛰어본 결과 기록을 더 단축할 수 있었다. 1시간 52분 만에 완주했고, 평균 페이스는 5:18/km였다.
- 이제 스마트워치가 새롭게 예측하는 대회별 예상 기록은 다음과 같다.
- 조금만 더 노력하면 풀 마라톤 '서브4'도 가능할 듯하지만, 적어도 1년 안에는 풀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. 휴~ 현재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어~
- 당분간은 하프 마라톤에 집중하려고 한다.
일단, 여기까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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